자유만복
『자유만복』에는 여러 편의 중 ·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자유만복」과 중편 「퇴역 선임하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뿌리 뽑힌 자들의 모순된 현실을 풍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식은 여느 때 같으면 두 주먹을 앞으로 모아쥐고 교장실 입구에서부터 꾸벅꾸벅 절을 하는 모습으로 들어섰을 텐데 등을 곧게 펴고 그다지 대견해하지 않는 낯빛으로 들어선 것이다. 도리어 입가에는 살짝 묘한 미소까지 번져 있었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사모님은 대번에 불쾌한 얼굴을 하였다.
교장이 물었다.
“김 선생, 오늘 어디 편치 않소?”
“아니요.”
김영식은 뻣뻣하게 대답했다.
교장은 약간 의아한 눈길이 되다가 우물우물 입 안의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뭐 말씀입니까.”
“하여간 여느 때 김 선생하구는 아주아주 달라지셨어요. 좋게 달라졌는지 나쁘게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소만, 어느 정도 뒷받침될 만한 자신이 서 있으면야 무방하겠소만 그렇지 못하면.”
교장은 또 입까지 조금 뻥하게 벌리며 멍청해 있다가,
“김 선생 요즘 무슨 일이 있나보군. 이번에는 한 달치입니다. 그 사이 수고하셨습니다. 선생은 어째, 이 학교에 오래 붙어 계실 것 같지 않아 보이는군.”
교장사모님이 눈길은 딴 데로 두고 냉랭한 얼굴로 지전 뭉치를 건넸다.
‘붙어 계실 것 같지 않다니. 왜 말을 그렇게 뱅뱅 비틀어?’
갑자기 온전한 사람 구실이 하고 싶어진 김영식은 그러나 되도록 웃는 낯으로 말하였다.
“웬걸요. 글쎄 뭐, 자신 있으면 나가는 거구, 그런 거겠죠.”
-본문「자유만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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